[사설] 靑 참모진 인선 국정 정상궤도 진입 계기돼야

[사설] 靑 참모진 인선 국정 정상궤도 진입 계기돼야

입력 2013-08-06 00:00
수정 2013-08-06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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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에 김기춘 전 법무장관을 임명하는 등 청와대 비서실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 이번 인선으로 사실상 청와대 2기가 출범했다. 보통 1년여 지나 비서진의 교체가 있었던 역대 정권과 비교하면 상당히 빠르고, 교체의 폭도 크다고 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취임 5개월여 만에 비서실장과 수석 9명 중 4명이나 교체한 것은 일단 청와대의 인적 쇄신을 통해 하반기 국정 운영의 고삐를 다잡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 하겠다.

지난달 박 대통령은 인사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전문성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닐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기에 공석인 정무수석 인선 시 일부 ‘문제’ 수석들의 경질도 어느 정도 예상됐었다. 하지만 허태열 비서실장까지 포함해 수석 절반이 교체된 것은 그만큼 비서진의 업무 능력이 국민의 눈높이는 물론 대통령의 기대에도 크게 못 미쳤다는 방증일 것이다.

까닭에 이번 인사는 ‘경질’ 차원이기도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대통령 스스로 인사 실책을 시인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이 이를 개의치 않고 여론을 의식해서도, 야당의 압력에 밀려서도 아닌 스스로의 결단으로 잘못된 인사를 도려내고자 한 것이라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부족한 이들을 물러나게 한 인사만으로는 박수를 받지 못한다. 능력 있는 인재를 적소에 배치했는지 등을 포함해 인사의 방향과 내용이 옳아야만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그런 신뢰 받는 참모진과 함께해야 국정 운영이 순항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의 원로그룹인 ‘7인회’ 멤버로 알려진 김기춘 신임 비서실장의 경우 벌써부터 야당에서 거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 측근이라는 이유로 비서실장을 못하란 법은 없다. 하지만 과거 유신헌법 초안 마련 등의 경력을 가진 김 비서실장이 과연 이 시대의 요구에 부응할 만한 인물인지,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을 빈틈없이 보좌할 수 있을지 걱정이 없을 순 없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신임 비서실장 스스로 ‘예스맨’ 비서실장이 아닌, 대통령에게 직언도 할 수 있는 자세로 소신을 갖고 대통령을 보좌해야 할 것이다.

박준우 전 유럽연합(EU) 대사의 정무수석 발탁도 얼마간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정무수석은 당정 및 대야 관계에서 소통에 힘써야 하는 자리다. 난마처럼 꼬인 현 정국에서 직업 외교관 출신이 얼마나 정무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혹여 뒤에서 다른 이가 실질적으로 지휘하고 자리만 차지하는 정무수석이라면 아예 공석으로 두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부디 청와대 2기 참모진은 전임자들의 실족을 거울삼아 올해 하반기에 안정적 국정 쇄신이 이뤄지도록 심기일전해야 할 것이다.

2013-08-0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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