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이제 개성공단 가로지른 빗장 풀어라

[사설] 北, 이제 개성공단 가로지른 빗장 풀어라

입력 2013-04-26 00:00
수정 2013-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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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진입로가 막힌 지 오늘로 24일째를 맞았다. 그동안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대화를 제의했고, 공단에 남은 남측 직원들에게 식량과 생필품만이라도 전달하게 문 좀 열어 달라는 개성공단 입주업체 대표들의 애타는 호소도 있었지만 북측은 오불관언의 행태를 고집하고 있다. 5만 3000여명에 이르던 북측 근로자들은 지난 8일 이후 발을 끊었고, 하루 800명 남짓 되던 공단의 남측 직원들도 어느덧 170명 선으로 줄었다. 진작 식자재 공급이 끊긴 상황임에도 남아 있는 직원들은 라면 등으로 끼니를 때우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고 한다. 가족들은 안부를 걱정해 어서 내려오라고 아우성이지만 손때 묻은 공장의 시설과 집기를 놓아둔 채 차마 발길을 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어제 통일부가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실무회담을 북측에 제의하면서 오늘까지 답을 주지 않으면 ‘중대조치’가 불가피하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는 중대조치의 구체적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으나 장기적으로 공단을 전면 폐쇄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오늘까지 북측이 회담에 응하지 않는다면 건강을 위협받고 있는 우리 직원들부터 전원 철수시키고, 이후 북측의 태도에 따라 공단의 폐쇄 여부까지도 검토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북한 당국은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가벼이 보지 말기 바란다. 과거처럼 압박 수위를 높이다 보면 결국 적당한 선에서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던 전례를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박 대통령은 그제 “개성공단 문제는 예측 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남북관계가 가능한지에 대한 시금석”이라고 했다. “조속한 해결을 바라지만 과거처럼 무원칙한 퍼주기나 적당한 타협을 통한 해결은 있을 수 없다”고도 했다. 북은 흘려듣지 말기 바란다.

이미 개성공단의 우리 기업들은 북측의 생떼 쓰기로 인해 구매계약이 취소되는 등 막대한 피해를 떠안기 시작했다. 그러나 공단 파행의 진정한 피해는 남북관계 그 자체이며, 궁극적 피해자는 북한 자신임을 알아야 한다. 얼토당토않은 구실을 내세워 무고한 민간인 수십만명의 생업과 생계마저 대미·대남 전략의 볼모로 삼는, 신뢰할 수 없는 집단임을 만천하에 거듭 드러낸 북한 자신이야말로 최대의 피해자가 될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올해 정부가 편성해 놓은 남북경제협력기금은 1조 8000억원에 이른다. 공단 파행이 길어질수록 이 돈 가운데 기업 피해 보전에 쓰일 돈은 눈덩이처럼 늘어갈 것이다. 그러나 남북 간 올바른 신뢰 구축을 위해서는 비록 바람직하지 않다 해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지출이며, 그것이 박근혜 정부의 인식임을 북은 알기 바란다. 공단의 북측 근로자와 가족 20여만명의 생계도 걸려 있다. 인도적 차원에서라도 당장 개성의 빗장을 거둬야 한다.

2013-04-2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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