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핵·미사일 내려놓고 대화의 장에 나서라

[사설] 北 핵·미사일 내려놓고 대화의 장에 나서라

입력 2013-04-13 00:00
수정 2013-04-13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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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의 종군기자들이 몰려들면서 마치 전운이 감돌기라도 하는 듯 비쳤던 한반도에 남북 대화의 불씨가 마련됐다. 우리 측이 북한을 향해 먼저 대화의 문을 열었고, 미국도 북한과 대화의 문을 활짝 열어 놓았다. 결과를 예단하긴 어렵지만 대화 기류가 북한의 잇단 도발적 언사로 실체 이상으로 부풀려진 긴장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분기점은 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북한의 화답이 관건이다. 부디 북한이 대화의 손을 맞잡기를 기대한다.

박근혜 대통령과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대화 제의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초읽기에 들어간 시점에서 나왔다. 북한과 대화할 분위기가 아니고, 현 시점에서 대화 제의를 하면 북한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던 기존 입장에서 급선회한 것이다. 국민들에게는 이런 변화가 혼란으로 비칠 수도 있겠고, ‘선 북한 태도변화, 후 대화’라는 원칙을 허물었다는 지적도 나올 법하다. 이런 정치적 부담을 안고 대화를 제의한 것은 ‘강 대(對) 강’의 대치로는 북한 리스크를 관리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박 대통령의 남북 대화 제의는 여야의 공감대를 거치는 절차를 밟은 셈이다. 그제 국회 외교통일위·국방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과의 만찬에 이어 어제는 민주통합당 지도부 초청 만찬을 갖고 남북 대화 제의 취지를 설명했다. 야당 지도부로부터는 더 적극적으로 대화를 하라는 강한 지지를 받아 냈다. 어제 방한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회담을 마치고 미국은 핵 없는 한반도를 위해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중국이 이런 대화 분위기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한반도 당사국과 주변국 가운데 남은 것은 북한이다. 북한이 대화 제의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가늠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오늘로 국방위 제1위원장 취임 1년을 맞은 김정은이 축포 삼아 미사일 버튼을 누를지 모른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한반도 사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처해지고, 모든 책임은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다. 주요 8개국(G8) 외무장관들은 엊그제 런던회담에서 도발 위협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미사일 발사를 강행한다면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가 불가피함을 경고한 바 있다.

선택은 북한에 달려 있다. 집권 1년을 맞은 김정은 체제의 공적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돼서는 안 된다. 굶주림에 지친 2400만 주민을 먹여 살리는 일이야말로 최고지도자가 해야 할 최우선 과제여야 마땅하다.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고 대화의 손을 붙잡으면 남한과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이 언제든지 가능할 것이다. 북한은 잠정 중단한 개성공단을 정상화하고, 영변 원자로 재가동 선언부터 백지화하기 바란다.

2013-04-13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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