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상 주권 포기 악선례 남긴 中선원 석방

[사설] 해상 주권 포기 악선례 남긴 中선원 석방

입력 2010-12-27 00:00
수정 2010-12-27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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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경찰이 중국 어선 요영 35403호의 선원 3명을 중국 측에 인도했다. 그들이 불법 조업을 단속하던 해경 경비함을 방해하면서 고의로 들이받는 불법을 저질러도 처벌하지 않고 조기 석방한 것이다. 이는 북의 연평도 도발 이후 불편해진 한·중 외교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불가피한 고육지책일 수는 있다. 하지만 중국에 굴복해 해상 주권을 포기하는 꼴이 됐다. 서해상에서 자행되고 있는 중국 어선을 향후 단속하는 일은 물론 전반적인 대중 외교에도 나쁜 선례를 남겼다.

정부는 사건 초기 정당한 법 집행이고, 관련 동영상 자료까지 갖고 있으니 중국 측과 공동 조사할 용의가 있다며 큰소리쳤다. 하지만 중국이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한국 책임을 묻겠다며 강경하게 나오자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엄연한 해상 주권을 당당하게 행사하지 못함으로써 공권력을 스스로 무력화시키는 우를 범한 것이다. 중국 측에 선원들을 인도하기 전에 공동 조사 주장을 더 고수하면서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에 못을 박는 절차를 밟았어야 했다. 최소한 불법 조업을 재발시키지 않겠다는 진술은 받아냈어야 했다.

정부가 한·중 관계를 걱정하는 고충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외교 행보를 잘 살펴서 대처하는 외교력이 절실하다. 중국은 미국과의 갈등, 일본과의 분쟁도 주저하지 않으며 패권주의를 추구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중국은 연평도 도발을 감행한 북한을 계속 편들더니 이번에는 외교적 무례까지 범하며 우리 정부에 압박을 가했다. 하지만 요영호 사건은 포기해서는 안 될 국가 주권 행사의 문제이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인 사안이나 교역 갈등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를 외면해서는 앞으로도 중국에 계속 굴복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져 더 큰 어려움을 자초하게 될지도 모른다.

잘잘못을 따지는 건 필요하지만 그 자체에 머물러서도 안 된다. 중국 어선이 대한민국 공권력에 도발하는 불법 행위를 저질렀음에도 석방한 이유는 명백하다. 한·중 관계에서 더 큰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서다. 중국이 우리 정부의 선의를 오판해서 외교력의 승리인 양 의기양양해한다면 양국 선린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외교 당국은 중국 측에 대해 관용은 이번으로 마지막임을 각인시켜야 할 것이다.
2010-12-2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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