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흥길 사퇴로 졸속 예산 후폭풍 막겠나

[사설] 고흥길 사퇴로 졸속 예산 후폭풍 막겠나

입력 2010-12-13 00:00
수정 2010-12-13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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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고흥길 정책위의장이 졸속 예산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예산 파동의 후폭풍이 거세자 고 의장이 희생을 자처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사태를 제대로 수습하려면 잘못을 먼저 깨달아야 한다. 예산안을 제대로 다듬기도 전에 서둘러 강행 처리했다가 곳곳에서 허점이 생긴 게 본질이다. 그 허점을 메우려고 자성하기는커녕 변명과 책임 회피에 급급하면 사태만 악화시킬 뿐이다. 고 의장의 사퇴로는 역부족이라는 현실부터 직시해야 해법을 찾는다.

의원들이 끼워넣은 예산이 3500억원이나 된다고 한다. 이상득 의원이 챙겼다는 예산이 3년간 1조원이 넘는다는 계산까지 나온다. 이병석 의원이 대신 반박한 내용을 보니 무리한 계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형님예산’이 월등히 많은 자체만으로 특혜 시비, 불공정 논란을 사기에 충분하다. 기획재정부는 이상득 의원 이름에 형광펜으로 표시해놓고 예산을 챙겨줬다고 한다. 이것만 해도 공정치 못한 처사다. 지역구 의원이 지역 예산 챙기는 게 뭐가 나쁘냐며 항변하는 건 앞뒤가 잘못됐다. 더 중요한 나라 살림을 외면하고 잇속 챙기는 행태에 민심이 분노하는 것이다. 이는 공사(公私)의 선후(先後)문제이자, 국가 예산의 시급성 문제이며, 국회의원의 양심 문제다.

안상수 대표는 정부에 책임을 떠넘기며 희생양을 찾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고 의장은 아직도 역대 예산 중 복지 예산이 가장 높은 편이라고 주장한다. 사안의 엄중함을 인식하지 못하고 변명에 급급한 게 여권 지도부의 리더십 위기를 상징한다. 그들은 자중지란에 빠져 예산 정국의 소용돌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책임 지는 자세로 돌아서서 탈출 좌표를 조속히 찾아야 한다. 그런 뒤 예비비나 정부 기금뿐 아니라 졸속예산을 보완하는 방안을 차근차근 강구해야 할 것이다.

솔직히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고 싶지만 그런다고 풀릴 계제가 아니다. 안 대표나 이재오 특임장관이 이슈화를 시도한 개헌론은 이 마당에 공허하다. 지금이라도 민심을 제대로 읽고 메아리 없는 정치 구호에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 석고대죄를 하든, 삼천배를 하든, 고해성사를 하든, 국민 앞에 사죄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야 한다. 소속 의원 전원의 이름으로 대국민 담화나 성명을 내는 방안도 무방할 것이다.

2010-12-1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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