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장전입이 고위 공직자 훈장쯤 되는가

[사설] 위장전입이 고위 공직자 훈장쯤 되는가

입력 2010-08-17 00:00
수정 2010-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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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개각에 따른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일부 장관과 청장 후보자들의 위장전입 문제가 터져 나왔다.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조현오 경찰청장·이현동 국세청장 후보자는 자녀의 진학이나 전학과정에서 위장전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신 후보자는 자녀 교육과 관련해 5차례 위장전입했다. 한국의 부모들은 자녀 교육에 관한 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정도이니 위장전입하는 부모의 마음을 이해할 수는 있다. 하지만 법은 지켜야 한다. 현재 주민등록법상 위장전입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도록 돼 있다.

대부분의 부모들도 위장전입을 하면 자녀를 보다 좋은 학교로 보낼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실행에 옮기는 국민들은 극히 일부다. 신 후보자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는 땅 투기 의혹까지 받고 있다. 지난주 인사청문회를 끝낸 이인복 대법관 후보자, 지난해 인사청문회를 한 민일영 대법관도 부동산 구입을 위해 위장전입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고위 공직자가 법을 어기면서까지 위장전입을 한 것은 가벼이 볼 사안이 아닌데도 해당자들은 사과 한마디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위장전입이 큰 흠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심각한 모럴 해저드(moral hazard·도덕적 해이)다. 고위 공직자가 되려면 위장전입의 ‘달인’이 돼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에는 위장전입한 뒤 부동산을 구입한 일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했으나 그 뒤에는 흐지부지되는 듯하다. 자녀교육을 위한 위장전입은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인상을 줄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심각한 문제다. 청와대 인사라인의 검증 시스템에 문제는 없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고위 공직자에게는 보통의 국민보다는 높은 수준의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법을 지키지 않은 대법관, 장관, 경찰청장, 국세청장이 국민들에게 ‘법을 지켜라.’ ‘탈세하지 마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제 8·15 경축사를 통해 “우리 사회 모든 영역에서 공정한 사회라는 원칙이 확고히 준수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위장전입한 인사가 아무런 거리낌없이 고위직에 오를 수 있다면, 분명 공정한 사회는 아니다.
2010-08-1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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