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MB) 정부가 출범한 지 만 3년이 된다. MB 정부의 지난 3년에 대한 국민들의 전반적인 평가는 상당히 이중적이고 상충적이다.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도는 50%대에 육박할 정도로 높은 데 반해, 바닥 민심은 아주 싸늘하기 때문이다. MB 정부는 2008년 정권 출범 이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이했지만 이를 가장 먼저 성공적으로 극복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6.1%로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는 대한민국의 위상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 노무현 정부 때 뼈대까지 흔들렸던 한·미 동맹 관계를 안정적으로 복원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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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명지대 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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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명지대 정치학 교수
이런 거시경제 성과, 국제 외교 성공, 한·미 동맹 강화 등이 “MB가 일은 참 열심히 한다.”는 긍정적인 평가로 연결되는 것 같다. 한편, 정치로 풀어야 할 문제를 정치로 풀지 못하면서 정치가 실종되었고, 한국 정치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인사에서는 팀워크를 핑계로 회전문 인사, 측근 인사에만 의존함으로써 실패를 반복했다.
지난 대선 때 “연간 60만개씩, 5년간 300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약했지만 그동안 만들어진 일자리는 모두 40만개 수준이다. 화려한 경제지표와 달리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민생경제는 연초부터 치솟는 물가와 전세 대란 등으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사회 갈등은 더욱 심화하면서 국민 통합은 요원한 일이 되었고, 3년 동안 끊임없이 제기돼 온 정치권 소통의 문제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더구나, 정부는 북한의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같은 무력 도발에도 불구하고 국가 안보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키지 못했다.
그렇다면 MB 정부는 남은 2년 동안 무엇을 해야 하나? 첫째, 대통령의 정치에 대한 인식을 확 바꾸어야 한다. 정치는 더럽고 비생산적이라서 피해야 할 대상이라고 인식해서는 안 된다. 반대로, 정치를 피할 게 아니라 진짜 정치를 해야 한다. MB는 최근 “나는 처음부터 권력을 써 본 일도 없으니까 권력을 놓을 일도 없고 당길 것도 없다.”고 말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의 본질은 위정자가 선거를 통해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권위를 토대로 권력을 공정하게 행사해서 가치를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국민을 설득하여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의 “권력을 써 본 일이 없다.”는 발언은 다른 말로 그동안 정치를 하지 않았다는 고백과도 같다.
한국에서는 임기 말에 대통령이 정치적인 현안을 정치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우왕좌왕하면서 정치 타이밍을 놓칠 때 오히려 레임덕이 강하고 빠르게 온다. 따라서, MB가 향후 자연스럽게 도래할 레임덕을 슬기롭게 극복하여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이젠 경제가 아니라 정치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올해 초부터 인사파동과 측근비리, 대형 국책사업 표류, 물가난, 구제역 등 악재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민심이 요동치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고 있다. 정권에 부담이 되는 악재들을 정치가 아니라 경제와 정책의 논리로만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둘째, 통 큰 정치 소통을 해야 한다. MB 정부의 언론과 국정 소통 방식은 ‘홍보만 있고, 소통은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는 대통령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만 전달하고 대통령의 치적이나 성과만을 홍보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일방통행 식 국정홍보에서 벗어나 정치권과 진솔하게 대화하고 타협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셋째, 많은 것을 하려고 하지 말고 하나를 하더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최고경영자(CEO)가 성공하려면 ”가던 방향대로 가고, 하던 것만 하고, 그동안 얘기하던 대로 말하려는 ‘관성의 족쇄’를 끊어내고, ‘내가 하면 반드시 성공한다.’는 ‘미신의 함정’에서도 빠져나와야 한다.”는 한 리더십 전문가의 조언을 깊이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더불어 정부가 약속한 대로 그동안 추진해 왔던 여러 과제 중 부족한 점을 점검, 보완하고 겸손한 자세로 일해 나가야 할 것이다.
명지대 정치학 교수
2011-02-2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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