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
복지 정책을 논의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구를 위한 것이냐.”일 것이다. 복지의 우선순위는 최빈곤층, 저소득층, 중산층, 고소득층 순으로 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치적 목적이나 명분론으로 이러한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의 전면 무상급식 논쟁이다. 기초생활수급자 등 어려운 사람은 10여년 전부터 무상급식을 받고 있다. 최근 중산층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고 있으므로 중산층까지 지원을 확대하자는 주장은 타당성이 있다고 본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고소득층까지 무상급식을 할 것인지, 저소득층 지원을 늘릴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무엇이 타당한지는 자명하다. 당연히 저소득층 지원을 늘려야 한다. 고소득층은 전면 무상급식 자체를 다수가 반대하고 있다. 이번 서울시 주민투표에서 고소득층이 많은 강남3구의 투표율이 가장 높았다. 이 지역 주민들이 전면 무상급식을 가장 많이 반대했다는 뜻이다.
전면 무상급식으로 가장 손해 보는 계층은 저소득층이다. 이미 무상급식을 받고 있으므로 추가적인 혜택은 없을 뿐만 아니라, 고소득층까지 지원이 확대됨에 따라 추가적인 저소득층 복지 확대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저소득층은 최근의 전면 무상급식 논쟁을 보면서 소외감이 클 것으로 생각한다. “없는 사람 걱정은 안 해주고 무상급식에 관심도 별로 없는 부자 지원 여부에 그렇게 시끄러운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할 것이다.
복지논쟁에서 문제는 재정형편이다. 재정이 여유가 있으면 모든 사람에게 복지혜택을 주는 것이 간편하다. 여유가 없으면 우선순위를 가려야 한다. 최근 복지논쟁에서 유럽 일부국가의 고복지 제도를 많이 인용한다. 예컨대 핀란드가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한다고 한다. 그러나 핀란드는 국민부담률이 국내총생산(GDP)의 48.3%이고, 우리나라는 26.5%에 불과하다. 세금은 적게 내면서 복지제도만 따라 할 수는 없다.
최근 경제여건을 볼 때 복지 확대는 필요하지만 감당할 범위 내에서 추진해야 한다. 먼저 세출의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필요하면 국민의 동의를 받아 증세해야 할 것이다. 능력을 벗어난 복지 확대는 고스란히 미래세대의 부담이다. 최근 유럽국가들이 재정적자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그동안 과도한 복지로 인한 재정적자가 이제 더 이상 지속될 수 없게 되었다. 영국의 경우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최근 들어 대학등록금을 3배까지 인상하였으며, 이것이 젊은이들의 폭동사태 원인 중 하나이다. 복지제도는 도로, 건물 등 건설투자와 달리 한번 도입하면 중단하거나 축소하기가 어렵다.
인구노령화로 복지제도의 확대 없어도 복지 지출은 급속도로 늘어나게 되어 있다. 새로운 복지제도를 추가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과도한 복지 부담은 지금의 20~40대 등 젊은 세대가 질 것이다. 당연히 이들 세대는 복지 확대가 자기들 부담이 안 되도록 관심을 가져야 할 터인데, 관심이 적고 심지어 과도한 복지를 주장하기도 한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한정된 재원으로 누구를 돕는 것이 사회정의인지 다시 한번 생각한다.
2011-09-0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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