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사태가 연일 주요 국제뉴스로 나오는데, 우리나라와는 별 관계 없는 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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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국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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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국제부 차장
최근 사석에서 만난 지인의 말이다. “시리아를 다루느라 요즘 언론사 국제부가 바쁘다”는 기자의 말에 대한 답변이었다. 그의 말을 듣고 보니 그랬다. 한국인들은 머나먼 중동 국가인 시리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보다는, 국가정보원을 둘러싼 여야 간 공방이나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진실게임’에 더 관심이 갈지도 모른다.
기자도 얼마 전까지는 비슷했다. 그러나 지난달 21일 벌어진 시리아 정권의 화학무기 살포 참상 이후 생각이 바뀌었다. 3년째 이어진 내전 속에서 불안해하던 민간인 1400명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다. 참상 속에서 겨우 살아난 한 소녀는 의사에게 “내가 살아 있는 것이 맞나요?”라며 울부짖었다. 2010년 3월 시작된 시리아 내전으로 10만명 이상이 사망하고 전체 인구의 25%인 600만명이 집을 잃고 국내로, 국외로 떠났다. 수백만명이 먹을 것이 없어 기아에 허덕이고, 200만명은 인근 레바논과 터키, 이라크 등에서 처참한 생활을 하고 있다.
시리아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군사적 개입은 미국·러시아 등의 외교적 타협으로 급봉합되는 모양새이지만 오히려 이 기간 내전이 격화해 인명 피해가 급증하고 난민들의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때문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7월 국제사회가 시리아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며 모두 44억 달러(약 5조원)를 지원하자고 제안한 뒤 미국과 일본, 중국, 유럽 등이 시리아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올 들어 이미 8000만 달러를 지원한 일본은 오는 30일 제네바 국제회의에서 추가 지원을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외교부는 반 총장의 제안 이후 국제사회가 약정한 시리아 지원 총액의 0.1%인 440만 달러(약 50억원)를 예산당국에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시급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외교부는 이후 수차례 설득 끝에 “10억원 정도는 검토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0.1%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규모다.
외교가에서는 우리나라가 올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에 진출했고, 원조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도 가입한 상황에서 시리아를 위해 0.1%도 지원하지 못하는 현실이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다고 한탄한다. 실제 국제사회의 재난·재해에 대한 정부의 인도적 지원 규모는 전 세계 30위 안에도 들지 못한다.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이 차지하는 위상에 비해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 것이다.
송민순 전 외교장관은 최근 기자와 만나 “시리아 사태는 국제사회가 미국 중심의 ‘단극체제’에서 벗어나 ‘다극체제’로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진단했다. 국제문제가 더 이상 미국 주도로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나라가 시리아 등을 위한 지원을 확대해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제고해야 한다. 정부가 다 할 수 없다면 중동에 진출한 기업들의 동참도 유도해야 한다.
chaplin7@seoul.co.kr
2013-09-2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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