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경찰, 이제는 진짜 떨어야할 때/백민경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경찰, 이제는 진짜 떨어야할 때/백민경 사회부 기자

입력 2012-03-19 00:00
수정 2012-03-19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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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민경 경제부 기자
백민경 경제부 기자
경찰 한쪽에서는 “지금 경찰관 A씨는 사직을 고려 중이고, 접견을 다녀온 경찰관 B씨도 있고…”, 또 다른 쪽에서는 “아무도 떨고 있는 경찰관 없다.”라는 말이 나왔었다. 서울신문의 보도로 이른바 ‘강남 룸살롱 황제’ 이경백의 ‘경찰 뇌물 리스트’ 사건<3월 13일 자 9면>이 불거지자 경찰 내부의 초기 반응은 엇갈렸다. 심지어 서울경찰청은 “그런 소리조차 들어본 적 없다.”며 펄쩍 뛰었다. 그러나 경찰 말마따나 “루머”에 불과하다는 사건은 점점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검찰의 이경백 감방 압수수색, 내연녀와의 면회사실 등이 하나씩 껍질을 벗듯 밝혀지고 있는 것이다.

경찰에선 요즘엔 ‘현재 검찰이 이씨와 플리바게닝(피의자가 수사에 협조할 경우 형량을 낮춰주는 유죄협상제)을 논의했다더라, 현직 총경급 누가 연루됐다더라.’ 등의 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또 “이씨가 로비한 대상이 경찰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검찰의 표적수사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중요한 원칙을 잊고 있는 것 같다. 기획수사든, 편향수사든 검찰의 수사에 대해 쌍심지를 켜고 비난하기에 앞서 내부를 돌아보는 게 먼저다. 경찰은 잇따른 고위 간부들의 금품수수로 적잖은 내상을 입은 처지다. 취임 초기부터 부패척결을 공언했던 조현오 경찰청장도 “참담한 심정”이라고 인정하는 상황이지 않은가. 남 탓으로만 돌려서는 곤란하다. 경찰이 진짜 떨어야 할 때다. 두려워해야 할 때다. 일각에서 검사에게 용돈을 주고, 향응을 제공하는 인사들을 통상 ‘스폰서’라고 하듯, 일부 경찰에게도 ‘애국자’라고 불리는 후원자들이 있다. 떡값이라며, 차비라며 고향 선후배와 지인이 가볍게 건네는 돈이 치명적인 독(毒)이 되는 세상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경백 사건도 관행 속에서 무신경·무감각으로 빚어진 결과일 수 있다. 경찰은 자정해야 한다. 내 식구이지만 또 다른 식구를 위해 비리 경찰관들을 과감하게 찍어내야 한다. ‘디딤돌’ 역할로 비쳤던 인맥이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도록 말이다.

white@seoul.co.kr

2012-03-1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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