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재키의 비망록/이도운 논설위원

[씨줄날줄] 재키의 비망록/이도운 논설위원

입력 2011-08-10 00:00
수정 2011-08-10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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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 부인 재클린 여사의 육성 증언이 담긴 테이프가 공개되면서 지구촌의 화제가 되고 있다. 1963년 11월 22일 케네디 대통령이 텍사스 주 댈러스에서 카퍼레이드 도중 오스왈드의 저격으로 사망하고 몇 달 뒤 재클린이 하버드대의 역사학 교수이자 케네디의 특보였던 아서 슐레진저와 나눈 8시간 30분간의 대담을 담은 녹음 테이프에는 민감한 내용이 많이 담겨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전한 육성 증언 가운데는 재클린이 남편 암살 사건의 배후 인물 가운데 한 사람으로 린든 존슨 당시 부통령을 지목했다는 사실도 포함돼 있다. 재클린은 미 석유 및 군수 산업의 본거지인 텍사스 출신들이 케네디 대통령의 베트남전 철군과 소련과의 화해 무드 조성에 반대했으며, 그런 텍사스의 이해관계를 대표해온 인물이 바로 존슨이었다고 지목했다는 것이다.

재클린의 육성 증언에는 사생활 문제도 포함돼 있다. 재클린은 남편이 백악관의 열아홉살짜리 인턴과도 바람을 피우는 등 여성편력을 이어가자 자존심이 상해 할리우드 스타 윌리엄 홀든, 이탈리아 자동차업체 피아트의 창업주 조반니 아그넬리와 ‘맞바람’을 피웠다고 고백했다. 재클린은 케네디가 암살되기 몇 주 전에는 부부관계가 파탄 상태에 이르렀고, 그런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아이를 더 낳는 계획을 의논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재클린은 슐레진저에게 대담 전에 “내가 죽고 나서 50년 뒤에 공개하라.”는 조건을 붙였다고 한다. 정치적, 사회적 파장을 예상했던 것이다. 미국의 일부 언론은 육성 증언 내용 때문에 그녀의 가족들이 보복받을 것을 우려했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케네디 박물관 금고에 보관돼 있던 재클린의 육성녹음 테이프는 조기에 공개됐다. 올해 초 미 ABC방송이 케네디가(家)의 비화를 담은 8부작 TV 시리즈 ‘케네디가’(The Kennedys)를 방영하려 하자, 유일하게 남은 혈육인 딸 캐롤라인이 이를 막는 과정에서 ABC에 녹음테이프를 독점 제공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케네디가’는 결국 지난 3월에 케이블방송인 릴즈채널을 통해 방송됐고, 전문가들로부터 혹평을 받았다. 재키(재클린의 애칭) 역할을 맡았던 톰 크루즈의 부인 케이티는 연기력 논란으로 심한 마음고생을 했다고 한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유명했고, 선망의 대상이었던 케네디 가문. 영광은 컸지만, 그 그림자가 너무도 짙게 드리워진 것 같다.

이도운 논설위원 dawn@seoul.co.kr
2011-08-1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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