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사립대 K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L씨가 들려준 지도교수의 행태는 충격적이었다. 교수의 잔심부름은 물론 운전기사·가사도우미·개인 비서 역할까지 해내면서 석·박사 과정 대학원생들은 학대당하고 있었다. L씨에게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은 “다 그래요. 그래도 우리 교수님은 좋은 편인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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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영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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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영 사회부 기자
과거에 비해 폭행과 폭언은 많이 줄었다지만 대학원생과 조교를 ‘몸종’ 부리듯 하는 교수들의 행태는 더 이상 뉴스거리도 아니다. 교수의 경조사를 챙기기 위해 때마다 20만~30만원씩 갹출해야 하고 각종 잡일을 도맡아 하는 것에 대해 학생들은 ‘제자된 도리’라고 스스로를 위안했다. 그러나 개인 연구비를 빼 가고, 건방지다며 폭력을 휘두르는 것까지 ‘사제 간의 도리’로 정당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교수들의 이런 행태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대학원생들의 반응이다. 보도 이후 ‘터질 것이 터졌다.’면서 수많은 학생들이 교수들의 만행을 폭로하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반면 ‘문제인 줄 몰랐다.’면서 무덤덤한 태도를 보인 학생들도 꽤 있었다. 학생이 지도교수에게 그 정도는 해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었다. 교수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 고려대 의대 A조교에 대해 “유별나다. 못난 놈이다.”라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L씨는 “대학원생 대부분은 그냥 참고 산다.”면서 “그 조교는 학교는 물론 의료계에서도 매장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폭행과 폭언만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교수는 “연구실 조교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되돌아봤다. 생각해 보니 복사, 도시락 심부름, 운전까지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도 다 시켰던 것 같다. 나도 모르게 과도하게 대접받는 걸 당연시하고 있었다.”고 반성했다.
고려대 의대 조교 소송의 진실은 판결이 말할 것이다. 그러나 대학원생과 조교를 종 부리듯 하는 것도 모자라 비인격적으로 대하는 교수들의 비상식적인 행태, 그런 구악을 바로잡으려면 판결에 앞서 교수와 학생들이 나서야 한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2011-02-2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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