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
실상 영구대여도 전세 계약하듯 3년마다 기간 연장 확인서를 받아야 한다. 약탈임이 확인된 우리 문화재를 왜 임대해 와야 하는가. ‘영구대여’라는 말에는 거북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 말은 ‘임대’라는 용어로 인한 비난을 피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목희 서울신문 논설실장은 지난 5월1일 자 칼럼에서 1993년 양국 대통령 간 협상 때 ‘반환’이 “부풀려졌다.”고 했다. 묻겠다. 당시 이를 ‘반환’이라며 자랑하고 떠든 것은 정부와 언론 아니었는가.
또 과거 프랑스가 ‘등가교환-영구임대’에 합의한 것에서 어떤 점이 진전되었기에 ‘영구대여’라는 말로 바꿔 여론을 완화시키려 하는가. ‘등가교환’을 ‘교환전시’라는 말로 바꾸었지만, 실상은 외규장각 문화재에 상응하는 문화재가 지속적으로 프랑스에 볼모로 나가야만 하는 기만적 상황이다. 결국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협상은 ‘영구대여’ 협상이 아니라 비참한 대가(문화재 반출, 비용 부담)가 따르는, 과거와 달라진 바 없는 굴욕적인 ‘임대협상’일 뿐이다.
이런 협상을 국민들이 감내해야 한단 말인가. 만화책 빌려 오듯 약탈된 문화재를 빌려 오겠다는 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지금이라도 정부는 프랑스와의 협상 내용을 소상히 국민들 앞에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혹여라도 상식에 어긋나는 협상을 벌이고 있다면, 이를 중단해야 할 것이다. 이목희 실장의 칼럼처럼 나도 “아름다운 외규장각 도서를 서울에서 볼 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 단, 빌려 오는 게 아니라 당당하게 돌려받고 싶을 뿐!
2010-05-1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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