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르완다 정부 전략정상회의 막 올라
우리나라 이동통신 시장은 이미 2010년 가입자 5000만명을 돌파하면서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이통사들은 롱텀에볼루션 어드밴스트(LTE-A), 광대역LTE 등 신규 서비스를 꾸준히 내놓고 있지만 결국은 포화 시장에서 서로 가입자를 뺏고 뺏기는 싸움을 하는 모양새다. 이런 때에 앞으로 이통사는 어디서 먹거리를 마련해야 할까. 이에 대한 KT의 답은 ‘해외시장 개척’이었다. 제조업과 달리 ‘통신=내수산업’으로 이해되는 상황에서 새 먹거리 창출을 위한 창조적인 도전을 한 셈이다.28일 르완다 정부와 KT의 공동 주관으로 막을 올린 아프리카 전략 정상회의는 KT의 아프리카 시장 진출을 주변국 및 글로벌 기업 등에 널리 알린다는 의미가 있다. KT는 지난 6월 3년 내 르완다에 LTE 전국망을 구축하고 이후 25년간 독점 사업권을 부여받기로 르완다 정부와 합의했다. 이동통신이 주파수라는 공공자원을 활용하는 기간산업인 점을 감안하면 KT는 외국기업으로서 이례적으로 르완다에서 25년간 안정적인 ‘주파수 채굴 사업권’을 획득한 셈이다. 이석채 회장은 이 소식을 지난 6월 KT·KTF 합병 4주년 행사에서 직접 발표했다.
아프리카는 오랜 시간 동안 세계 경제에서 소외돼 오다 2000년대 이후 급격한 경제 성장을 보이며 ‘기회의 땅’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KT가 진출한 르완다는 1994년 내전으로 인구의 10%가 죽고 산업기반의 70%가 파괴됐지만 십수년 사이 대대적인 부패 척결, 중앙은행 독립화 등 개혁 정책으로 지금은 ‘아프리카 르네상스의 모델’로 불리고 있다. 또 이곳은 이동통신 가입자 증가율이 100%가 넘고 인터넷 가입자 중 95%가 무선 인터넷을 사용하는 등 모바일 네트워크에 대한 수요가 커 아프리카 내 정보통신기술(ICT)의 허브로 떠오르고 있다.
KT는 내수 시장뿐 아니라 아프리카 주변국으로의 사업 확장을 위한 거점 국가로서 르완다의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르완다는 동아프리카 4개국과 국경을 마주하는 중심부에 위치해 있어 시장 접근성이 뛰어나다.
KT 관계자는 “르완다가 전국망 LTE 등 네트워크 기반에 힘입어 ICT로 경제 성장을 이뤄내면 동아프리카를 넘어 세계적인 신흥국가 ICT 발전 모델을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 사업은 민간 기술 투자로 한 국가의 경제 발전과 국민생활 증진을 돕는 획기적인 민간 외교의 선례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키갈리(르완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2013-10-29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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