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 죽이기” vs “리스크 줄이기”

“P2P 죽이기” vs “리스크 줄이기”

임주형 기자
임주형 기자
입력 2016-11-03 22:58
수정 2016-11-04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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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 투자한도 연간 1000만원 가이드라인에… 업체·당국 정면충돌

핀테크(금융+IT)의 대표적 사업 모델인 개인 대 개인(P2P) 금융이 성장통을 겪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일 일반인 투자 한도를 업체당 연간 1000만원으로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제 막 자리잡는 시장을 죽이는 정책”이라며 강하게 반발한다. 그러나 금융위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적절한 한도”라며 단호한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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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개 P2P 업체로 구성된 한국P2P금융협회는 3일 성명을 내고 “이번 가이드라인으로 상당수 업체가 정상적인 영업이 어려워지고 사실상 중금리 대출을 취급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며 “산업 발전 초기에 과도한 투자 한도를 설정하는 건 성장을 가로막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P2P협회는 4일 투자 한도 재조정을 요구하는 공문을 금융위에 제출할 예정이다.

P2P 업계는 당초 1억원 안팎에서 투자 한도가 설정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10분의1인 1000만원에 그치자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이승행 P2P협회 대표는 “금융위가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해 업계와 외부 전문가까지 초빙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렸으나 정작 우리 의견은 거의 반영하지 않았다”며 “한 차례 더 TF 회의를 한 후 확정하겠다고 하고선 갑작스럽게 발표해 버렸다”고 반발했다. P2P 업계는 1000만원 이상 투자자의 비중이 전체 고객의 60%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부동산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한 업체는 고객의 83%가 1000만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집계했다. 업계는 가이드라인으로 인해 상당수 투자자로부터 추가 투자를 받을 수 없게 됐으며, 그간 확보한 고객을 한순간에 잃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9월 말 기준 P2P에 투자한 사람은 13만 5747명이다.

P2P가 활성화된 국가 중 업체당 투자 한도를 정한 곳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경우 그간 규제를 하지 않다가 올해 들어 채권당 투자 비중을 1%로 제한했다. 예를 들어 P2P가 1억원 대출을 알선하면 1인당 100만원까지만 투자할 수 있는 것이다.

금융위가 P2P에 강한 규제를 가한 건 최근 발생한 머니옥션 사건 영향이 있다. 2006년 설립된 국내 1호 P2P 머니옥션은 지난달 일부 고객의 투자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해 거센 항의를 받았다. 미국과 중국에서도 부정 대출이나 횡령 등이 발생해 사회적 문제가 됐다. 고동원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투자 한도 설정 시 P2P 업계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금융 당국에 조언했다”며 “하지만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투자 한도(업체당 연간 200만원) 등을 고려해 1000만원으로 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P2P 업체가 우후죽순 늘어난 것도 금융위가 강한 규제에 나선 배경이다. 크라우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월 16개에 불과했던 P2P 업체는 9월 말 85개로 5배 이상 늘어났다. 특히 7월에는 한 달 만에 27개 업체가 생겨나기도 했다. 업계 내 경쟁이 치열해지면 투자자들에게 원금 손실 위험이 높은 대출을 연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주식 금융위 서민금융과장은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는 사고를 예방하는 게 올바른 정책이라고 믿는다”며 “한도를 통해 투자자들이 다양한 업체에 나눠 투자하도록 유도하면 전반적인 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2016-11-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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