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엔저 대응 및 활용’ 추가 대책 저울질
23일 원·엔 재정환율이 한때 900원선 아래로 떨어지는 등 심화하고 있는 엔저 현상이 한국 경제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엔저는 기본적으로 한국 수출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키기 때문에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악재로 작용한다.
상대적으로 원화 값이 올라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부는 필요하면 추가 대책을 내놓을지 검토할 방침이다.
◇ 경제성장률 2%대 우려…금융시장도 불안
엔저가 한국 경제에 미칠 직접적인 영향은 수출이다.
수출이 감소하면 경제성장률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 기관이 내놓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감소세인 수출이 호전된다는 전제에서 나온 것이서 엔저로 수출이 예상외로 부진하게 되면 실제 성장률이 내려갈 수 있다.
엔화 값이 떨어지면 일본 업체와 경합하는 한국 수출 기업은 가격 경쟁력 약화로 글로벌 시장에서 고전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수출 상위 100대 품목과 일본의 수출 상위 100대 품목 중 겹치는 품목이 50개가 넘고, 이들 품목이 우리나라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절반 이상이다.
일본 기업들이 엔저를 기반으로 수출 단가를 본격적으로 내리면 한국 수출 기업의 채산성은 나빠지는 구조인 것이다.
일본에 수출하는 농수산물도 엔저 악재를 피하기 어렵다.
과거에도 원·엔 환율 변동에 따라 우리나라 경제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1985년 프랑스, 독일, 일본, 미국, 영국으로 구성된 G5 재무장관들이 외환시장 개입으로 발생한 달러화 강세를 시정하기로 결의한 ‘플라자 합의’ 직후 엔고현상이 나타나면서 한국 경제는 상당한 혜택을 봤다.
수출이 1985년 303억 달러에서 1988년 607억 달러로 급증했고, 1985년까지 100포인트대에 머물던 코스피는 1989년 3월 1,000포인트를 돌파했다.
하지만 엔저현상이 시작된 1989년의 전년 대비 수출 증가율은 1988년의 28.4%에서 2.8%로 급락했다.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한국은행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3.1%로 하향 조정했지만, 엔저로 성장률이 2%대로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엔저는 관광산업에서도 역조를 초래한다.
한국관광공사의 잠정 통계에 따르면 2014년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 수는 229만7천여명으로, 2013년도(274만7천750명) 대비 약 16% 감소했다.
원화 대비 엔화가치가 2013년 초와 비교해 30% 가까이 하락하면서 일본인들의 구매력이 감소한 반면, 상대적으로 지갑이 두둑해진 한국인들의 일본 방문이 늘면서 6년 만에 처음으로 방한 일본인 수보다 방일 한국인 수가 웃돌았다.
◇ 정부, 엔저 극복 추가 대책 검토
엔화는 국내에 직거래시장이 없어 환율의 급격한 변동에 정책적으로 대응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업들이 엔화가치 급변동에 대한 위험을 줄일 수 있도록 한국수출보험공사를 통한 보험 가입 등을 독려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의 엔저 추세를 주시하면서 추가로 쓸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월 중소기업인들을 만나 “필요하다면 엔저로 어려움을 겪는 수출 중소기업을 위한 추가 대책 마련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엔저 대응 및 활용 방안’을 보완, 발전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이 대책을 발표한 이후 중소기업의 환리스크를 줄여 주기 위해 이용 실적이 저조한 환변동보험 가입을 활성화시키 데 주력했다.
기업의 환변동보험 이용 실적은 2007년 16조9천억원에 달했으나 2008년 키코사태 이후 저조해져 2013년에는 1조7천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런 배경에서 정부는 대일 수출기업의 일반형 환변동보험료 부담을 절반으로 줄여주기로 했다.
경감률을 20%에서 50%로 높였다.
일본에 수출하는 농수산 수출기업의 옵션형 환변동보험료 자부담 비율은 10%에서 5%로 줄이고 재정지원 비율을 90%에서 95%로 늘렸다.
또 기업들이 코트라(KOTRA), 중소기업진흥공단을 통해 제공되는 수출지역 다변화 지원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엔저로 어려움을 겪는 일본인 대상 관광업계도 지원 대상에 올라 있다.
일본인 관광객 대상 중소여행업체 45곳에 관광진흥개발기금 긴급융자 제도를 통해 운영자금을 최대 100억원까지 지원할 방침이다.
이밖에 정기적인 관점에서 엔저를 견딜 수 있도록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정부는 ‘제조업 혁신 3.0 전략’을 마련해 우리 기업들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나노복합소재, 2차전지용 전극 소재 등 세계 일류 수준의 10대 핵심소재를 2019년까지 조기 개발하는 등 주력 산업의 핵심 역량을 강화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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