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 규제 피하고 1조원 넘는 현금 확보도 가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지난달 12일 팔려다 투자자를 모으지 못해 실패했던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을 재추진한다.현대차그룹은 5일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장 마감 후 보유 중인 물류 계열사 현대글로비스 지분 13.39%(주식 502만 2170주)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팔기 위해 국내외 투자자 모집에 나섰다고 밝혔다. 매각 대상은 정 회장 지분 4.8%(180만주)와 정 부회장 지분 8.59%(322만 2170주)로 지난 12일 처음 블록딜에 나섰을 때와 같다. 매각이 성사되면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율은 29.99%로 낮아진다. 예상 매각 가격은 이날 현대글로비스 종가(23만 7000원)에서 2~4% 할인된 22만 7520원~23만 2260원으로 정해졌다. 한 번 실패 후 재추진되는 블록딜인 만큼 물량이 전량 소진되지 않으면 주간사인 시티글로벌마켓증권에서 잔여 물량을 인수하기로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블록딜의 목적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지분 매각 후에도 최대주주는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매각이 성사되면 정 회장 부자 지분은 각각 251만 7000주(6.71%)와 873만 2290주(23.28%)가 남는다. 지배주주 지분율로 따지면 현대차그룹 상장 계열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현대차 등의 현대글로비스 보유지분 등을 감안하면 우호 지분은 40% 수준에 달한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대신 총 보유 지분이 ‘29.99%’로 줄어들면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게 된다. 또 1조원이 넘는 현금도 정 회장 부자에게 돌아온다.
개정된 공정거래법은 대기업 집단의 계열사가 총수와 친족 지분이 30% 이상인 기업과 특혜성 거래를 하면 총수나 해당 계열사에 과징금을 물리고 상황에 따라 책임자는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현대글로비스는 한화S&C 등 4개 기업 등과 함께 1년간 유예 기간을 받았지만 다음달 14일이면 유예 기간이 끝난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부자는 지난달 12일 현대글로비스의 지분 매각을 추진했다가 무산된 바 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2015-02-06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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