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금융당국, KB ‘사외이사 기부금’ 정조준

[단독] 금융당국, KB ‘사외이사 기부금’ 정조준

입력 2014-12-08 00:00
수정 2014-12-08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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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손보 인수 타당성 등 전제로

KB금융지주를 검사 중인 금융 당국이 일부 사외이사와 관련된 기부금 내역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KB금융과 해당 사외이사들은 정당한 절차를 거쳤다며 문제 될 게 없다는 태도다. 학계 일각에서는 위법 여부를 떠나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해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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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금융 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달 초로 예정됐던 KB금융 부문검사를 조금 앞당겨 지난달 28일 전격 조사에 착수했다. KB금융의 내부통제 시스템과 LIG손해보험 인수에 따른 사업계획 타당성 등을 점검한다는 게 표면적인 명분이지만 실제 과녁은 이사회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팀은 KB금융 이사회 사무국에 회의록 등 제반 서류 제출을 요구했다. 여기에는 KB금융이 자사 사외이사가 속한 단체나 법인에 낸 기부금 내역도 포함돼 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사외이사들이 자신이 속한 단체나 법인을 통해 KB금융에게서 받은 기부금이 과도한 혜택이라는 시선도 있어 자료를 통해 적절성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KB금융 측은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 이뤄진 일반적인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이라고 해명했다.

은행연합회가 지난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간 각 사외이사 소속 법인이나 단체에 전달한 금융사 기부금은 14억 6800만원(14건)이다. 일각에서는 일부 시중은행이 사외이사 선임을 전후로 특정 단체에 대한 기부금을 늘리는 데 대해 “몰아주기 관행”이라고 비판한다. 이는 경영 전반에 관여하는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훼손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일부 KB금융 사외이사들이 이미 중도 사퇴 의사를 밝힌 만큼 이번 기부금 조사가 크게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몇몇 사외이사는 여전히 “정치금융에 등 떠밀릴 수 없다”며 당국과 각을 세우고 있어 조사 파장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정반대 해석도 나온다.

김선웅 좋은기업지배연구소장은 “사외이사가 소속된 기관에 (해당 회사가) 기부금을 내는 행위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이해관계 충돌 등으로 인해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면서 “갑자기 기부금이 크게 늘었거나 말도 안 되는 곳으로 흘러갔다면 배임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사외이사 취임 전후 변화 내용을 함께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가 없는 기부금이라고 하더라도 회사에 대한 감시·감독이 해이해질 수 있는 만큼 가이드라인이나 모범규준(준칙) 등에 명확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2014-12-0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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