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기 사고 소송 줄 이을듯…국내외 로펌 채비

아시아나기 사고 소송 줄 이을듯…국내외 로펌 채비

입력 2013-08-04 00:00
수정 2013-08-04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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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장소 따라 배상액 수십배 차이보잉·공항 과실 있으면 미국 재판 가능…중국인은 한국서 재판

아시아나항공은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 여객기 착륙사고 때 척추 골절상을 입은 중국인 교수로부터 최근 미국에서 500만달러(약 56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했다. 숨진 중국인 여고생 3명의 유족도 뉴욕의 항공사고 전문 법률회사 크라인들러를 선임해 아시아나항공과 사고기 제조사인 보잉 등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사고 원인이 밝혀지려면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이처럼 일부 승객과 가족은 피해를 보상받고자 발 빠르게 나섰다. 사고 후 45일이 지나면 변호사들이 승객에게 먼저 연락할 수 있어 미국과 한국에서 승객과 항공사가 보상을 놓고 본격적으로 줄다리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으로서는 소송까지 가지 않고 최대한 많은 승객과 합의하는 것이 유리하다. 의료비 지원 등을 하는 과정에서 접촉한 승객 측과 이미 보상 문제를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영두 사장도 지난 1일 사고 수습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진행 중인 사고 보상을 신속히 마무리 짓겠다”고 말했다.

2003년 발효된 몬트리올협약에 따라 항공사는 승객의 사망과 상해에 ‘무제한 책임’을 진다. 항공사의 과실이 없다거나 제3자의 과실 때문에 손해가 났다는 것을 입증하면 책임이 11만3천100SDR(국제통화기금 특별인출권), 우리 돈으로 약 1억9천만원으로 제한된다.

이번 사고는 1997년 대한항공 여객기 괌 추락사고와 비교할 점이 많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228명이 숨진 당시 사고에서 절반 넘는 유족이 대한항공과 합의해 2억5천만원의 위자료를 받았다. 하지만 당시 일부 유족과 부상자는 대한항공과 합의하지 않고 미국 연방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내 수십만달러에서 많게는 500만달러까지 배상받았다.

국내에서 소송을 낸 유족도 있었지만, 배상액은 수억원 수준이었다.

대한항공과 합의한 유족 가운데 95명은 국내 법원에서 대한항공과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 등을 상대로 뒤늦게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지만 이미 합의가 끝났고 소송 제기가 늦었다는 이유로 각하됐다.

이처럼 한국과 미국에서 손해배상액 차이가 수십 배까지 나기 때문에 재판을 어디에서 하는지가 괌 사고 때에 이어 이번에도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2011년 승객 1명의 생명이 600만달러(67억4천만원)의 가치가 있다고 산정한 바 있다. 미국에서는 항공기 사고로 골절상을 입어도 보통 100만달러는 보상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승객으로서는 승소 가능성이 크고 배상액이 훨씬 큰 미국에서 재판을 제기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몬트리올협약에 따라 대부분의 한국인 승객은 항공사를 상대로는 한국에서만 소송을 낼 수 있다.

재판 관할권이 있는 곳은 승객의 주소지, 항공사 소재지, 최종 목적지, 항공권 구입지인데 한국인이 국내에서 왕복항공권을 산 일반적인 경우 한국에서만 소송을 낼 수 있다. 주소지, 항공사 소재지, 항공권 구입지는 물론 최종 목적지도 한국이기 때문이다.

최근 척추골절상을 입은 중국인 교수가 아시아나항공을 상대로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했지만, 이는 흔치 않게도 항공권을 구입한 장소가 미국이었기 때문이다.

숨진 중국인 여고생 3명의 유족은 보잉을 주요 대상으로 삼아 미국에서 소송을 낼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처럼 항공기의 제작 결함이나 샌프란시스코공항 활주로 시설의 미비 등을 문제 삼으면 한국인과 중국인 승객도 보잉이나 미국 정부를 상대로 미국 법원에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서동희 법무법인 정동국제 변호사는 “괌 사고에서는 공항 관제의 문제점이 일찌감치 드러났는데 이번에도 공항의 과실이나 보잉의 기체 결함이 어떤 식으로든 사고에 영향을 미친 것이 밝혀지면 미국에서 소송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괌 사고 당시 미국 법원에서 소송을 대리했던 하종선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한국에서는 외상 후 스트레스 같은 정신적 피해를 잘 인정하지 않고 위자료도 경미하지만 미국에서는 굉장히 크게 보상한다”면서 부상자 180명 외에 다치지 않은 승객도 미국에서 배상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하 변호사는 이어 직접적인 기체 결함이 발견되지 않더라도 보잉이 항공기 속도가 급격히 떨어질 때 조종사에게 경고하는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았고 이코노미석에는 비즈니스석처럼 상체를 감싸는 것이 아니라 허리에 두르는 안전띠만 있었던 것 등도 문제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와 보잉,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사고에 책임이 있다면 연대해 피해자에 배상하게 된다면서 아시아나항공으로서는 미국 내 재판을 최대한 피하고 재판 없이 합의하거나 소송을 한국이나 중국으로 가져가 출혈을 줄이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인이 아니면 한국에서 소송을 내는 것이 유리하다는 견해도 있다. 기체 결함보다 조종사 과실에 무게를 둔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의 사고조사 초기 발표가 배경에 있다.

김지연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항공사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사고 2년 이내에 이뤄져야 하므로 사고조사 결과 발표를 기다리다 항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번 사고의 중국인 승객도 한국 법원이나 중국 법원 중 한 곳에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면서 “한국 법원이 최근 항공기 추락사고의 위자료로 최고 약 1억5천만원까지 인정하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보다는 한국에서 합의와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몇몇 국내 법률회사들은 미국 법률회사와 공동으로 한국인 승객을 대리해 미국에서 소송을 곧 시작하려고 한창 준비하고 있다.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한국이나 중국, 미국 등지에서 피해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 계획인 로펌도 있다.

전문가들은 사고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나 공황장애 등으로 평생 고통받는 경우가 많으므로 치료를 받고 장애 정도를 파악해 손해배상 청구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몬트리올협약에 따라 국내법이 개정돼 승객이 항공사와 합의하지 않아도 급한 대로 최소한의 보상은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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