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중동 저가수주 경쟁’ 부메랑 맞나

건설업계 ‘중동 저가수주 경쟁’ 부메랑 맞나

입력 2013-04-12 00:00
수정 2013-04-12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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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010년 유동성·물량확보 차원 ‘무리한 수주’

효자인 줄 알았던 해외건설 사업에서 적자가 발생하면서 건설사들의 걱정이 늘어가고 있다. 특히 3~4년 전 중동에서 물량을 따냈던 업체들은 이익은커녕 발생한 적자를 떨쳐 내는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을 비롯해 삼성엔지니어링, 대림산업, 현대건설 등 대부분의 대형 건설사들이 저가 수주의 부메랑을 맞을 전망이다. GS건설은 올 1분기만 5355억원의 적자를 냈고 연말까지 약 8000억원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우건설도 2010년 카타르에서 1000억원 대의 손실을 입은 바 있다.

다른 대형 건설사들도 마찬가지다. 현대건설은 쿠웨이트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현장에서 수천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고, 지난해 매출 11조 4000억원으로 창사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삼성엔지니어링도 해외건설사업에서 수지를 맞추지 못해 수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그룹의 경영진단을 받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손실이 발생한 것은 맞지만 이미 경영실적에 반영이 됐다”면서 “최근에는 원가율을 꼼꼼히 따지고 있어 과거와 같은 손실 사업장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관계자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유동성 확보와 수주 물량을 맞추기 위해 국내 건설사들이 과도한 묻지 마 경쟁을 펼치며 수주를 한 것이 독(毒)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기업 간의 경쟁이 치열했던 2009~2010년 중동지역 수주 공사에 대해 ‘시한폭탄’이라고 말한다. 주요 대형 건설사들의 2009년 중동 수주액을 살펴보면 삼성엔지니어링이 80억 6600만 달러로 가장 많고 GS건설 64억 7600만 달러, SK건설 36억 1800만 달러, 현대건설 35억 6300만 달러, 대림산업 26억 4700만 달러, 대우건설 19억 달러 순이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당시에 수주가 많다고 자랑한 곳들이 이제는 가장 큰 폭탄을 안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당시의 행태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카타르에서 발주한 4억 5000만 달러 규모의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국내 업체들 간에 비방전이 계속되자 해외건설협회는 “비방과 음해를 자제해 달라”는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협회 관계자는 “형제끼리 싸워서 좋을 것이 없다”면서 “사전 협의 등을 통해 출혈 경쟁을 막는 것이 윈윈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2013-04-1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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