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계부채 고려해 금리인상 가능성” vs”새변수인 유가와 저축은행 사태로 동결 불가피”
2011년 2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5%나 오르면서 27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이에 따라 오는 10일 열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올해들어 월별 소비자물가가 한은이 설정한 물가안정 목표치(3.0±1.0%)의 상한을 잇따라 넘어서면서 한편에선 결국 한은이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엄존한다.
하지만 ‘리비아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 문제가 어디까지 확산될지 가늠할 수 없는데다 최근의 ‘저축은행 사태’가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돌발요인’으로 이번에도 한은이 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물가.가계부채..금리인상 요인
한은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하는 쪽에선 치솟는 물가와 가계부채 문제를 동인으로 꼽고 있다.
김중수 한은 총재가 지난달 금통위 직후 물가가 당분간 4% 내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이미 2월 소비자물가가 4.5%나 상승, 물가상승률이 한은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이 지속되면 결국 물가상승률이 5%에 육박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작용하고 있다.
외국계인 BoA메릴린치는 최근 유가 관련 보고서를 통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평균 100달러를 웃돌면 한국 경제가 타격을 받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릴린치는 “유가가 10% 오르면 한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0.25% 상승하고 국내총생산 성장률은 0.45%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했다.
이에 따라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선 불가피하게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열린 한은 금통위에서는 잇따라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1월6일 열린 금통위에서 일부 위원들은 “가계 부문의 채무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해 거시경제와 금융시장 불안요인으로 현재화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 2월23일 김중수 총재 주재로 열린 금융협의회에 참석한 시중은행장들 역시 가계부채를 우려했다는 전언이다.
이는 가계부채 문제가 사회문제로 현실화하기 전에 금리를 올려 가계부채의 증가를 둔화시켜야 한다는 요구다.
◇국제유가.저축은행 등 ‘새 변수’가 더 중요
하지만 소비자물가와 가계부채는 더이상 새로운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무시할 수 없다.
우선 2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5%나 올랐지만, 이는 이미 예상했던 결과라는 주장이다.
특히 물가에 따른 금리 문제를 전담하는 한은 역시 2월 소비자물가가 치솟은 데 대해선 “이미 알고 있었다”는 반응들이다.
심지어 한 금융전문가는 “월별 소비자물가는 해마다 변동성이 심해 올해 2월 물가가 치솟았다면 내년 2월의 물가상승률은 크게 떨어지는 불안정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문제 역시 한은의 생각은 금리인상론자들의 생각과는 궤를 달리한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부채 문제를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중산층 이상에서 가계부채 비율이 높아 감내할만한 수준”이라며 “이 문제로 인해 한은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압박을 받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한은 내부와 일부 금융전문가들 사이에선 새로운 변수로 등장한 원유 문제와 저축은행 사태가 향후 금리를 결정하는 우선적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유가가 치솟아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물가가 오를 수밖에 없지만, 더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은 ‘경기 침체’라는 주장이다.
국제유가 문제로 물가가 오르면 경기가 침체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려 물가를 낮추면 경기가 더욱 침체된다는 논리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대체로 한은은 유가 문제에 곧바로 금리로 대응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면서 “유가가 국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기 전에는 한은이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저축은행 문제로 인해 시중의 유동성 문제가 불안한 시점에서 금리를 올리면 ‘시중에 돈이 마르게’ 돼 자칫 마무리단계에 접어든 저축은행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런 점에서 다가올 금통위에서 한은은 전통적인 고려요인인 물가.가계부채 문제와 새 변수로 등장한 원유사태로 인한 경기침체, 저축은행 유동성 문제 사이에서 쉽지 않은 저울질을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은이 전통적 요인보다는 새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는 게 한은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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