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매각 주관기관인 외환은행이 29일 현대그룹과 현대건설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전격 체결해 파장이 일고 있다.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자금 출처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데다 채권단의 대책 회의까지 앞둔 상황에서 MOU 체결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채권단은 외환은행이 독단적으로 MOU를 체결했다고 주장하고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그룹의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며 소송 의사를 밝혀 현대건설 매각이 파행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본계약 순탄할까..소송전 얼룩 우려
외환은행은 이날 오후 1시께 현대그룹과 MOU를 맺었다.
현대그룹의 인수자금 출처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자금 출처를 확인하지 않은 채 MOU를 체결한 것은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MOU 체결을 연기하면 현대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부실 심사’,‘졸속 심사’가 이뤄졌다는 것을 자인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이 이날까지 MOU가 체결되지 않으면 소송에 들어가겠다고 예고한 점도 외환은행을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이날은 MOU 체결 시한이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현대그룹으로부터 자금조달에 대한 소명자료를 제출받아 법률 검토를 했지만 현재까지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재검토할 만한 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외환은행은 현대그룹이 이미 제출한 입찰서류에서 허위나 위법적인 사항이 발견되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해지한다는 조항을 MOU에 넣었다.MOU를 체결한 뒤 현대그룹의 자금줄을 더 따져보고 본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절충점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채권단의 의견을 모아 MOU를 체결했느냐이다.현대그룹이 인수자금 출처에 대한 추가 증빙자료 제출을 거부한 것과 관련,채권단은 이날 운영위원회를 열어 대응 방안을 결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외환은행은 채권단 회의도 열리기 전에 MOU를 맺었다.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이와 관련해 주요 채권금융기관의 하나인 정책금융공사의 유재한 사장은 이날 오후 4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이에 대해 외환은행은 채권단으로부터 사전에 MOU 체결을 위임받았기 때문에 단독으로 MOU를 맺어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법적으로 문제가 없더라도 현대그룹의 인수자금 출처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MOU를 체결해 논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현대건설 매각 본계약이 순탄하게 이뤄질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본계약은 채권단의 80% 이상을 동의를 얻어야 체결할 수 있다.현재 채권단의 의결권 비율을 보면 외환은행 23%,정책금융공사 22%,우리은행 21% 등이어서 3개 기관 중 한 곳이라도 반대하면 본계약을 맺을 수 없는 구조다.
채권단 일각에서는 현대그룹이 써낸 5조5천100억원이라는 현대건설 인수금액이 무리하게 높은 가격인데다 입찰 심사 기간도 짧았기 때문에 차라리 재입찰을 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 탈락한 현대차그룹의 반발도 변수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현 시점에서 추가 소명자료의 제출 기한이 다시 연기되거나 수정된 내용으로 양해각서가 체결되는 것은 현대그룹의 입찰 위반 행위를 눈감아 주는 것이고 현대그룹에 부당한 특혜를 주는 것”이라며 현대그룹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하라고 주장했다.
또 “입찰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입찰 주관기관인 외환은행을 포함해 입찰에 관여한 기관들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는 민.형사상 조치에 즉각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현대그룹 측은 “이번 MOU는 공정한 결과로,정해진 일정에 따라 현대건설 인수에 필요한 사항들을 차질 없이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현대그룹은 이와 별도로 현대차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이의제기 금지조항을 어기며 입찰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서울중앙지법에 50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예금 1조2천억원’ 출처 확인할 수 있을까
현재 현대그룹의 자금 출처 가운데 논란의 핵심은 현대상선 프랑스법인 명의로 프랑스 나티시스은행에 예치된 1조2천억원이다.
채권단은 평가기준에 따라 예금이 계좌에 들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자기 자금’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현대상선 프랑스법인의 자본금(33억원)에 비해 거액의 예금이 예치돼 의혹이 제기됐고,현대그룹이 나티시스은행으로부터 무담보로 대출을 받았다고 해명하면서 논란은 증폭됐다.
담보도 없이 1조2천억원을 대출받는 것은 상식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이에 따라 채권단은 대출계약서 제출을 요구했으나 현대그룹은 이를 거부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자금 증빙이 허위이거나 중요 사안을 빠뜨렸을 경우 매도자 재량으로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전날 “MOU 체결이 끝나고 필요하다면 추가 서류를 낼 수 있다”고 말해 의혹을 씻을 수 있는 자료를 채권단에 제출할지 주목된다.
외환거래법상 현대그룹이 현대상선 명의의 예금을 국내로 들여올 수 있는지도 쟁점이다.
한나라당 김용태 의원은 ‘현지금융으로 조달한 자금은 현지법인 등과 국내 거주자 간에 인정된 경상거래에 따른 결제자금의 국내 유입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국내에 예치하거나 국내로 유입할 수 없다’는 외국환 거래규정(8조1항3조)을 현대상선 명의의 예금을 국내로 반입할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채권단의 현대건설 매각 과정도 도마 위에 올라 있다.
채권단은 지난 15일 오후 3시 현대건설 입찰을 마감한 뒤 이튿날인 16일 오전 11시에 그 결과를 발표했다.심사에 걸린 시간이 하루도 채 안 된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우건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데도 2주가 걸렸다”며 “현대건설 채권단은 시간을 두고 관련 자료를 자세히 검토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채권단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서두른 이유로 현대건설 인수전이 과열돼 시간을 끌면 끌수록 심사 결과에 대한 보안을 유지하기 어렵고 외부 영향력이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대그룹이 시장의 예상을 1조원 이상 웃도는 입찰가를 써내자 매각 차익과 수수료를 챙기는데 급급해 채권단과 매각 주관사들이 제대로 심사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또 외환은행의 경우 대주주인 미국계 펀드 론스타가 당시 매각을 추진하던 외환은행의 몸값을 높일 수 있도록 현대건설 매각을 서둘렀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자금 출처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데다 채권단의 대책 회의까지 앞둔 상황에서 MOU 체결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채권단은 외환은행이 독단적으로 MOU를 체결했다고 주장하고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그룹의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며 소송 의사를 밝혀 현대건설 매각이 파행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본계약 순탄할까..소송전 얼룩 우려
외환은행은 이날 오후 1시께 현대그룹과 MOU를 맺었다.
현대그룹의 인수자금 출처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자금 출처를 확인하지 않은 채 MOU를 체결한 것은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MOU 체결을 연기하면 현대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부실 심사’,‘졸속 심사’가 이뤄졌다는 것을 자인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이 이날까지 MOU가 체결되지 않으면 소송에 들어가겠다고 예고한 점도 외환은행을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이날은 MOU 체결 시한이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현대그룹으로부터 자금조달에 대한 소명자료를 제출받아 법률 검토를 했지만 현재까지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재검토할 만한 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외환은행은 현대그룹이 이미 제출한 입찰서류에서 허위나 위법적인 사항이 발견되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해지한다는 조항을 MOU에 넣었다.MOU를 체결한 뒤 현대그룹의 자금줄을 더 따져보고 본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절충점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채권단의 의견을 모아 MOU를 체결했느냐이다.현대그룹이 인수자금 출처에 대한 추가 증빙자료 제출을 거부한 것과 관련,채권단은 이날 운영위원회를 열어 대응 방안을 결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외환은행은 채권단 회의도 열리기 전에 MOU를 맺었다.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이와 관련해 주요 채권금융기관의 하나인 정책금융공사의 유재한 사장은 이날 오후 4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이에 대해 외환은행은 채권단으로부터 사전에 MOU 체결을 위임받았기 때문에 단독으로 MOU를 맺어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법적으로 문제가 없더라도 현대그룹의 인수자금 출처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MOU를 체결해 논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현대건설 매각 본계약이 순탄하게 이뤄질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본계약은 채권단의 80% 이상을 동의를 얻어야 체결할 수 있다.현재 채권단의 의결권 비율을 보면 외환은행 23%,정책금융공사 22%,우리은행 21% 등이어서 3개 기관 중 한 곳이라도 반대하면 본계약을 맺을 수 없는 구조다.
채권단 일각에서는 현대그룹이 써낸 5조5천100억원이라는 현대건설 인수금액이 무리하게 높은 가격인데다 입찰 심사 기간도 짧았기 때문에 차라리 재입찰을 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 탈락한 현대차그룹의 반발도 변수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현 시점에서 추가 소명자료의 제출 기한이 다시 연기되거나 수정된 내용으로 양해각서가 체결되는 것은 현대그룹의 입찰 위반 행위를 눈감아 주는 것이고 현대그룹에 부당한 특혜를 주는 것”이라며 현대그룹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하라고 주장했다.
또 “입찰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입찰 주관기관인 외환은행을 포함해 입찰에 관여한 기관들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는 민.형사상 조치에 즉각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현대그룹 측은 “이번 MOU는 공정한 결과로,정해진 일정에 따라 현대건설 인수에 필요한 사항들을 차질 없이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현대그룹은 이와 별도로 현대차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이의제기 금지조항을 어기며 입찰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서울중앙지법에 50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예금 1조2천억원’ 출처 확인할 수 있을까
현재 현대그룹의 자금 출처 가운데 논란의 핵심은 현대상선 프랑스법인 명의로 프랑스 나티시스은행에 예치된 1조2천억원이다.
채권단은 평가기준에 따라 예금이 계좌에 들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자기 자금’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현대상선 프랑스법인의 자본금(33억원)에 비해 거액의 예금이 예치돼 의혹이 제기됐고,현대그룹이 나티시스은행으로부터 무담보로 대출을 받았다고 해명하면서 논란은 증폭됐다.
담보도 없이 1조2천억원을 대출받는 것은 상식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이에 따라 채권단은 대출계약서 제출을 요구했으나 현대그룹은 이를 거부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자금 증빙이 허위이거나 중요 사안을 빠뜨렸을 경우 매도자 재량으로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전날 “MOU 체결이 끝나고 필요하다면 추가 서류를 낼 수 있다”고 말해 의혹을 씻을 수 있는 자료를 채권단에 제출할지 주목된다.
외환거래법상 현대그룹이 현대상선 명의의 예금을 국내로 들여올 수 있는지도 쟁점이다.
한나라당 김용태 의원은 ‘현지금융으로 조달한 자금은 현지법인 등과 국내 거주자 간에 인정된 경상거래에 따른 결제자금의 국내 유입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국내에 예치하거나 국내로 유입할 수 없다’는 외국환 거래규정(8조1항3조)을 현대상선 명의의 예금을 국내로 반입할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채권단의 현대건설 매각 과정도 도마 위에 올라 있다.
채권단은 지난 15일 오후 3시 현대건설 입찰을 마감한 뒤 이튿날인 16일 오전 11시에 그 결과를 발표했다.심사에 걸린 시간이 하루도 채 안 된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우건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데도 2주가 걸렸다”며 “현대건설 채권단은 시간을 두고 관련 자료를 자세히 검토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채권단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서두른 이유로 현대건설 인수전이 과열돼 시간을 끌면 끌수록 심사 결과에 대한 보안을 유지하기 어렵고 외부 영향력이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대그룹이 시장의 예상을 1조원 이상 웃도는 입찰가를 써내자 매각 차익과 수수료를 챙기는데 급급해 채권단과 매각 주관사들이 제대로 심사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또 외환은행의 경우 대주주인 미국계 펀드 론스타가 당시 매각을 추진하던 외환은행의 몸값을 높일 수 있도록 현대건설 매각을 서둘렀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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